고요한 휴게실, 창밖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공기 중의 먼지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프리드는 소파에 앉아 묵묵히 서류를 넘기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줄곧 맞은편에서 작은 얼룩 고양이에게 츄르를 먹여주는 제퍼에게 향해 있었다. 조심스럽게 간식을 짜주며 작게 속삭이는 모습, 고양이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짝이는 연녹색 눈동자. 그 모든 것이 그의 시야에 느리게 감겨들었다.
문득, 프리드는 손에 든 서류 위로 제퍼의 모습을 닮은 어떤 동물을 겹쳐보고 있었다. 단순한 고양이나 강아지는 아니었다. 조금 더 특별하고, 조금 더… 그녀다운 무언가.
그가 생각하는 제퍼는 사막여우(Fennec Fox)를 닮았다.
첫 번째 이유는 외형이었다. 햇살 아래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백금발 머리카락은 사막의 모래를 닮은 크림색 털과 같았고, 감정의 변화에 따라 옅은 올리브색과 선명한 녹색을 오가는 커다란 눈은 주변의 모든 빛을 담아내는 사막여우의 까만 눈동자를 연상시켰다. 작은 체구와 호기심이 발동할 때마다 살짝 쫑긋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움직임까지도, 영락없는 사막여우의 모습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 습성이었다. 사막여우의 가장 큰 특징인 거대한 귀. 그것은 주변의 미세한 소리까지 감지해 내는 생존의 도구다. 프리드는 그것이 마치, 센티넬의 불안정한 파동과 미세한 감정의 균열까지 섬세하게 감지해 내는 가이드로서의 제퍼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가이딩은 시끄럽게 울리는 경고음이 아니라, 사막의 밤공기처럼 스며드는 고요한 위로였다. 모두가 놓치는 작은 소리를 들어주는 존재. 그 점이 꼭 닮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녀의 본질이었다. 작고 사랑스러워 마냥 연약해 보이지만, 사막여우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체다. 늘 햇살처럼 웃으며 주변을 밝히는 제퍼 역시, 그 안에 누구보다 단단한 심지를 가지고 있음을 프리드는 알고 있었다. 위험 앞에서도 동료를 먼저 챙기고, 슬픔에 잠긴 이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모습. 그 따스함 속에 숨겨진 강인함이야말로, 그녀를 그녀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프리드에게 제퍼는, 지켜줘야 할 연약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기댈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막여우였다.
고양이에게 마지막 츄르까지 다 먹인 제퍼가 고개를 들자, 줄곧 그녀를 빤히 보고 있던 프리드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서류로 시선을 돌리는 대신, 그저 조용히 입꼬리만 살짝 끌어올렸다.
...다 먹였어요?
나직하게 물어오는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실려있지 않은 듯 건조했지만, 그녀를 향한 황금빛 눈동자는 방금 전 떠올린 생각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금 더 깊고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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