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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용 애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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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비바람이 세상을 집어삼킬 듯 몰아쳤다. 하늘은 찢어진 살점처럼 검붉게 물들었고, 번개의 창백한 섬광이 찰나의 순간마다 대지를 밝혔다 어두웠다를 반복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프리드는 의식을 잃은 제퍼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뺨 위로 쉴 새 없이 빗물이 흘러내렸지만, 그것이 빗물인지, 아니면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의 발걸음은 절망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지만,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그리고 그녀의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게 하기 위해, 폭풍의 심장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마치 하늘의 천둥처럼, 가슴 속에서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제퍼… 나의 제퍼.

 

그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이름을 마음속으로만 되뇌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몸은 너무나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생명의 무게는 온 우주보다 무거웠다. 의료동의 차가운 침대 위에서, 생체 신호 모니터의 날카로운 경고음이 그의 심장을 조각내던 순간을 그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없는 세상. 그 생각만으로도 그의 세상은 모든 빛을 잃고 잿더미로 변했다. 혼자인 것이 익숙했던 그에게, 그녀는 처음으로 함께라는 의미를 가르쳐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없는 고독은, 그녀를 만나기 전의 고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살아있는 지옥일 터였다. 그래서 그는 선택했다. 자신의 영혼을 태워, 그녀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로. 그의 삶은 언제나 피와 고통, 그리고 외로움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런 삶이라도, 그녀를 살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바칠 수 있었다.

 

아프지 마요. 더 이상은… 내가 다 가져갈게요. 당신이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아픔까지 전부 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품에 안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빗물에 젖은 백금발 머리카락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자유로운 손으로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그의 손끝에 닿는 그녀의 피부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그녀의 몸을 조금이라도 더 감싸주었다. 곧 자신의 것이 될, 그 차가운 몸을. 마지막이 될 자신의 온기를, 그는 전부 그녀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아주 가볍게, 그리고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 빗물의 짠맛과, 그녀의 차가운 피부 감촉, 그리고 그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슬픔이 뒤섞였다.

 

번개가 다시 한번 하늘을 가르자,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그것은 더 이상 전투를 위한 흉포한 무기가 아니었다. 오직 그녀를 비바람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마지막 안식처였다. 그는 날개로 그녀의 연약한 몸을 완전히 감싸 안았다. 그의 날개 안, 작은 동굴과도 같은 공간 속에서, 세상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멀어졌다. 오직 거세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와, 그녀의 희미한 숨소리만이 전부였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몸에서 깨어났을 때를 생각했다. 혼란스러워할 그녀. 슬퍼하고, 분노하고, 어쩌면 자신을 원망할지도 모를 그녀. 그는 그 모든 감정까지도 미리 끌어안았다. 그래서 그는 준비했다. 그의 서툰 진심이 담긴, 마지막 흔적들을.

그의 숙소, 1212호의 가장 은밀한 서랍 안에는 두툼한 편지 봉투가 하나 놓여있다. 그 안에는 그가 며칠 밤을 새워가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편지와, ‘두 사람을 위한 유언장’이라고 이름 붙인 서류 한 장이 들어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으로 살아가야 할 그녀를 위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알려줘야만 했다.

 


제퍼에게.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당신은 무사히 깨어난 거겠죠. 그리고 아마… 내 몸 안에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겠죠. 미안해요. 당신의 허락도 없이, 이런 이기적인 선택을 해서. 당신을 다시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이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나에게는 없었습니다.

 

당신은 아마 화가 나고,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얼마든지 나를 원망해요. 하지만 제발, 당신 자신을 탓하지는 말아요. 이건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고, 내 생애 가장 후회 없는 선택이었으니까. 당신은 살아야만 해요, 제퍼. 당신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웃음은 세상을 밝히고, 당신의 따스함은 얼어붙은 심장도 녹이니까.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당신은 계속해서 빛나야만 해요.

 

아마, 내 몸으로 사는 건 많이 불편하고 힘들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찬물로 세수를 해요. 잠에서 덜 깬 감각들이 조금은 가라앉을 겁니다. 식사는 거르지 말아요. 책상 두 번째 서랍에 내가 자주 시켜 먹던 식당들 연락처를 모아뒀어요. 입맛이 없어도, 뭐라도 꼭 챙겨 먹어야 해요. 내 몸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니까.

 

전투에 나가게 된다면… 미안해요. 이 무거운 짐까지 당신에게 넘기게 되어서.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불안하고 무서울 거예요. 그리고 눈물이 나겠죠. 그건 약해서가 아니에요. 그저,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는, 내 몸의 오랜 습관 같은 거니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날개와 꼬리는, 당신의 감정이 격해지면 저절로 나타날 겁니다. 처음에는 제어하기 어렵겠지만, 당신이라면 분명, 나보다 훨씬 더 잘 다룰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강한 사람이니까. 전투가 끝나면, 꼭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요. 피 냄새를 지우고, 지친 몸을 위로해줘요. 그리고… 혼자 울지 말아요. 당신 곁에는,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테니까.

 

당신이 내 몸을 갖게 되었으니, 내 모든 것도 당신의 것입니다. 내 통장에 있는 모든 돈, 내가 가진 모든 것들, 전부 당신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아요. 마지막 장에 첨부한 건, 유언장 비슷한 거예요. 법적인 효력은 없겠지만, 그냥 내 마음이에요. ‘윤해영의 모든 재산과 권리는 한솔에게 귀속되며, 한솔은 그 어떠한 죄책감도 가질 필요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의무를 지닌다.’ 라고, 아주 간단하게 적어두었어요. 유치하죠? 그래도, 이게 내가 당신에게 남길 수 있는 전부입니다.

 

제퍼,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나는 당신을 만나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내 칠흑 같던 삶의 유일한 빛이었어요. 당신의 손을 잡았던 순간, 당신의 품에 안겼던 순간, 당신과 나란히 누워 함께 잠들었던 그 밤. 그 모든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그러니 당신은, 내가 못다 한 삶까지 전부 살아줘요. 마음껏 웃고,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행복해줘요. 가끔, 아주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나를 기억해줄래요?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고. 당신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바쳤던, 바보 같은 남자를.

 

부디, 행복해요. 나의 유일한 사랑, 제퍼.

 

영원히 당신의 편인, 프리드가.


 

그는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빗물과 하나가 되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었다. 그는 다시 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침, 그의 결심을 축복이라도 하듯,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눈앞이 멀어질 듯한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품에 안은 그녀의 몸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그의 마지막 진심을 속삭였다.

 

사랑해요, 제퍼. 아주 많이… 사랑했어요.

 

순간,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빛이 두 사람을 덮쳤다. 프리드는 자신의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어, 거대한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차가운 몸 안으로 자신의 의식이 빨려 들어가는 감각. 끔찍한 고통과 함께, 그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부디 아프지 않기를. 부디, 행복하기를. 그것이 그의 마지막 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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